시작은 가벼운 마음에서였다.<춘천도장 윤인상>
원래는 팔괘장을 배웠다. 그러다 춘천에 오게 되면서, 아이키도를 추천받았다. 평소에도 마이너한 것을 좋아하다보니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별 불만 없이 배우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끌려서 배우기 시작했다기 보다는 ‘이런 것도 있네?’라는 마음에서 배우기 시작했다.
첫 접근은 이처럼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배우다 보니 같이 배우는 사람이 좋아서 계속 배우게 되었다. 2017년 3월에 배우기 시작했고, 중간에 군대 때문에 빠진 것을 제외하면 2021년 8월 까지 왔다. 햇수로는 5년이다. 군대에 의한 공백이 큰 탓에 전역하고 나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햇수로는 5년이지만 실제로 수련한 기간은 3년도 되지 않는다. 30~50년 수련한 분들이 수두룩한 아이키도판에서 5년의 수련은 그야말로 햇병아리다. 5년이 길어 보이지만, 회사로 따지만 신입사원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 실력도 그렇다. 5급쯤 되었을 때, ‘이만하면 내 급수 중에서 잘 하는 편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원님의 ‘위로 올라갈수록 가야할 길이 점점 더 멀어진다.’라는 말을 머리로는 알고 있되 느끼지 못했다. 당연하다. 5급은 말하자면 뱃속의 아기 같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5급이 2017년 겨울이었으니 이제 4년이 지났다. 4년이 지난 뒤에 아이키도를 보니 그 위는 참으로 까마득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전에는 꼭대기라고 생각했던 것이 봉우리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야 산 중턱에는 구름이 있고, 그 구름 너머에 산 꼭대기가 있음을 얼핏 느낀다.
전혀 배운 적 없는 외부인은 저 멀리서 바라보기 때문에, ‘저 정도 위치에 산 꼭대기가 있구나.’ 한다. 때문에 쉽게 말하고,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저 멀리서는 산 전체 모양이 보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산을 오르려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고개를 들어도 그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키도가 그렇고, 새로운 영역을 배운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오로지 직접 배우고자 한 다음에야 어렴풋이 그 분야의 어려움을 알 수 있게 된다.
이제는 1급이고, 초단심사를 보게 되었다. 그러나 매 순간 느끼는 것은 엉망진창인 내 보법과 흐느적거리는 신법 그리고 힘이 바짝 들어간 팔 뿐이다. 불필요한 힘을 빼야 한다고 매 순간 되뇌지만, 기술이 들어가지 않으면 힘으로 기술을 넣으려 하고, 상대 신장의 고저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곧바로 막힌다. 매번 내 기술이 안 들어가고, 지도원님의 기술이 들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헛웃음이 나온다. 처음에는 매 순간 박수를 쳤지만, 지금은 그러지도 못한다.
박수만 치다 수련을 마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수련을 이어가면 언젠가는 실력이 늘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수련 연수가 증가해도 꾸준히 선배 수련생들이 단계별로 존재한다. 눈에 보이는 목표가 존재하니 마치 어두운 밤 등불과 같다. 덕분에 막연하지 않다. 지속할 수 있다.
승단 심사를 했다. 촬영 영상을 보았다. 부끄럽지만, 지금 내 실력이니 어쩔 수 없다. 포기 할 수는 없으니 계속하는 수 밖에.
아옝가 선생의 명언으로 에세이를 마무리 하려 한다.
“완전해 질 수 없다 하여, 노력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된다. B.K.S. Iyengar(1918~2014. Yoga Guru)”
춘천도장 윤인상